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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첨가물 규제 ‘통일 기준’ 두고 대립 격화
2025-11-20

최근 보수 성향의 연합체 ‘Americans for Ingredient Transparency’(AFIT, 미국 원료 투명성 연합)이 출범하며, 의회에 주별 식품첨가물 규제를 완화하고 전국 단일 기준(national standard)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AFIT는 보수 정책 분석가이자 식품, 영양, 과학 관련 이슈를 다뤄온 줄리 건록(Julie Gunlock)과 전 트럼프 행정부 정책보좌관 앤디 코이니그(Andy Koenig)가 수석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주요 식품업계 협회와 대형 브랜드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트럼프 행정부와 미 보건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의 압박에 따라 합성 식품 색소와 기타 첨가물의 단계적 퇴출을 자발적으로 약속한 상태다.


AFIT를 지원하는 대표적 단체 및 기업으로는 미국 냉동식품협회, 소비자브랜드협회(Consumer Brands Association), 식품산업협회(FMI), 미국육류협회, 전국레스토랑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코나그라 브랜드(Conagra Brands), 제너럴 밀즈(General Mills), 호멜 푸드(Hormel Foods), 크레프트 하인즈(Kraft Heinz), 네슬레(Nestlé), 펩시코(PepsiCo), 시스코(Sysco), 타이슨 푸드(Tyson Foods), 코카콜라(The Coca-Cola Company) 등이 있다. 이 중 소비자브랜드협회, Conagra Brands, Kraft Heinz, Nestlé, PepsiCo, Tyson Foods는 자사 제품 전체 또는 일부에서 인공 식품 착색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AFIT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확산 중인 주 단위의 식품첨가물 금지법을 “의도는 좋지만 국민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조치”로 평가하며, 주정부의 독자적 규제 추진을 중단시키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연방 단일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체가 제시한 주요 정책 과제에는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된 물질’(GRAS) 제도 개혁, 전면표시(front-of-package) 라벨링 개정, 식품 포장에 QR 코드를 의무화해 제품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QR 코드 라벨링 개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서 GRAS 제도 개편은 케네디 장관이 FDA에 지시한 주요 규제 개혁 과제로, 현재 관련 규정 초안이 마련 중이다.


AFIT는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케네디 장관이 추진 중인 “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미국인을 다시 건강하게) 정책이 주별 식품 규제 확산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MAHA는 인공색소, 화학첨가물, 초가공식품을 규제해 국민 건강을 개선하겠다는 케네디 장관의 대표 정책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건복지부(HHS)와 식품의약국(FDA)은 인공색소 사용 중단을 강제하는 법적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산업계와의 공식 협약도 체결되지 않았다. 케네디 장관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업계의 자발적 참여와 여론의 압력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특정 색소나 첨가물이 포함된 식품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는 강제 규제는 주 차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3년 식품안전법(Food Safety Act), 2024년 학교식품안전법(School Food Safety Act)을 제정해 일부 인공첨가물의 사용을 금지한 첫 사례가 되었다.


이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서는 40종 이상의 첨가물이 포함된 식품에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두 주의 입법자들은 해당 법안이 MAHA 운동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2028년까지 7종의 색소와 2종의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밖에도 애리조나, 델라웨어, 루이지애나, 테네시, 텍사스, 유타, 버지니아 등 여러 주에서는 특정 색소와 첨가물이 포함된 식품의 학교 내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AFIT의 활동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과학을 공익을 위한 센터(CSPI)의 피터 루리(Peter G. Lurie) 회장은 최근 각 주의 법률과 기업의 자발적 약속을 추적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하며, 연방 정부의 조치 외에도 각 주정부가 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품업계의 자발적 약속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기도 하지만, 종종 약속을 철회하거나 모호하게 표현해 실질적인 변화를 회피한다는 것이다. 루리 회장은 케네디 장관의 자율 준수 전략이 업계에 빈약한 약속의 여지를 남기며, 시간이 지나면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비판했다.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 식품정책국장 브라이언 론홀름(Brian Ronholm)도 AFIT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AFIT가 소비자 보호를 가장한 로비 단체에 불과하며, 실제 목표는 각 주의 식품첨가물 규제법을 무력화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거대 식품기업들이 유해 성분 제거보다는 홍보와 로비에 막대한 자금을 쓰는 현실을 지적하며, 소비자와 정책 입안자를 오도하기 위한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쓰는 대신, 제품에서 독성 성분을 제거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AFIT의 출범은 단순한 산업계 로비를 넘어, 연방정부의 식품규제 권한과 주정부의 소비자 보호 입법권 간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보건부와 FDA가 여전히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주별 법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 결과 식품업계는 서로 다른 규제 요건을 동시에 준수해야 하는 복잡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대립은 향후 식품첨가물과 색소 규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과학적 근거와 통일된 기준을 요구하는 반면, 소비자단체와 일부 주정부는 연방 규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독자적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논쟁은 식품안전의 과학적 판단을 누가, 어떤 수준에서 결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참조

 Industry Giants Support New Coalition Aimed at Stopping MAHA-Aligned State Food Additive Bans

https://www.food-safety.com/articles/10818-industry-giants-support-new-coalition-aimed-at-stopping-maha-aligned-state-food-additive-b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