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오염된 오이에서 잘못 라벨링된 에너지 음료까지, 각종 식품 리콜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폐기하라’고 안내된 제품은 공급업체와 유통업체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 리콜 전문업체 세지윅(Sedgwick)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USDA)는 총 294건의 식품 리콜을 감독했다. FDA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인 약 8,500만 유닛의 식품을 폐기 명령했으며, USDA 리콜 역시 약 150만 파운드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 배에 이르렀다.
대부분은 ‘매립’으로…“결국 덤프스터로 향한다”
윌리엄 앤 메리대 트레이시 존슨-홀(Tracy Johnson-Hall) 교수는 “합법적이고 규정에 부합하는 다양한 처리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회사에는 덤프스터(대형 쓰레기통)가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기업은 폐기 대안을 모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리콜 식품은 여전히 매립지로 향한다. 최근 몇 년간 일부 업체는 ‘디패키징(Depackaging)’ 기술을 활용해 포장과 내용을 분리하고, 재활용이나 사료·퇴비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실제로 리콜 제품이 얼마나 포함되는지는 불분명하다.
식품 안전 전문가 마크 카터(Mark Carter)는 “미생물, 물리적 또는 화학적 위험이 있는 제품은 절대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없다”며 “소비자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유통시키지 않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리콜 규제와 처리 현실
미국 내 식품 폐기물의 약 2.4%는 안전 문제(유통기한 문제 제외)에서 비롯된다고 리패드(ReFED)의 ‘푸드 웨이스트 모니터’는 분석했다. 대부분의 리콜은 FDA·USDA 규정 준수를 위한 ‘자발적 회수’ 형태지만, 당국은 필요 시 제품을 압류하거나 현장 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올해 FDA의 인력 및 예산 감축은 이러한 감독 활동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지윅의 리포트에 따르면, 로펌 맥과이어우즈(McGuireWoods)는 “기업들이 제품 안전을 보다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체계적인 리콜 관리와 안전망을 기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향후 식품 리콜이 감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사이클링’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 장벽 높아
이론상으로는 리콜된 식품도 단순 폐기 대신 ‘업사이클링’, ‘사료 전환’, ‘퇴비화’, ‘혐기성 소화(바이오가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규제, 비용, 물류상의 이유로 이러한 대안들이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알레르겐(우유 등)이나 병원성 오염이 리콜의 주요 원인이 되면서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식품 제조사들은 리콜 자체를 줄이기 위해 포장 개선이나 천연 방부 성분 활용 등 사전 예방책에도 투자하고 있다. 카터는 “개별 포장칩을 열어 내용물을 다시 담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놀라바처럼 재포장 가능한 제품은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존슨 홀 교수는 “일부 지역에서는 법적으로 퇴비화나 혐기성 소화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가장 간편한 매립 처리가 여전히 기본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뉴욕·매사추세츠 등 일부 주는 유기성 폐기물 재활용 의무화를 시행 중이나, 리콜된 식품에는 병원균 우려로 예외를 두고 있다.
‘못난이 식품’이 기회로…미스핏츠 마켓의 사례
한편, ‘미스핏츠 마켓(Misfits Market)’ 같은 기업들은 리콜 대상이 아닌 ‘비규격(off-spec)’ 제품을 업사이클링해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이다. 2018년 설립된 이 회사는 농가나 공급업체의 잉여·불량 품목을 매입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
미스핏츠 마켓의 모건 드러먼드(Morgan Drummond) 이사는 “본래 매립되거나 사료로 전환될 식품을 새로운 소비재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공급업체가 잃는 수익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외관 결점이 있는 농산물이나 규격 미달 제품을 ‘푸딩용 쌀’이나 ‘비스코티 조각을 활용한 간식’ 등 새로운 상품으로 재가공해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공급업체는 기존보다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다.
미스핏츠 마켓은 올해 들어서만 약 1,400만 파운드의 식품을 폐기 위기에서 구했다고 밝혔다. 드러먼드는 “시장 수요에 맞춰 빠르게 제품 라인을 바꾸는 유연성이 업사이클링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카터는 “기업들은 식품 폐기 문제를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리콜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내부 불량까지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 https://www.fooddive.com/news/food-recall-organic-waste-usda-fda-misfits-markets/802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