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소스 시장 동향
시장 조사 기관 Kantar가 집계한 영국 소스 및 조미료 시장 규모는 9억 7170만 파운드로, 전년 대비 판매액은 1.1% 감소했고 판매량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판매가는 1.2% 하락했는데, Kantar 애널리스트 Kelly-Anne Dowling은 Lidl 등 할인점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과 PB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을 그 원인으로 보았다. 실제로 할인형 슈퍼마켓 체인인 Lidl의 소스 및 조미료 품목 판매액은 10.2% 증가하여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또한 Dowling은 영국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가격 민감도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소스 및 조미료도 가성비가 핵심적인 품목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이 높은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기존 제품과 차별점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Heinz, Hellmann’s 등 주요 소스 기업들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 Chilli No.5 창업자 Rumble Romagnoli는 젊은 소비자들이 브라운소스나 케첩 같은 전통적인 소스들에 흥미를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소스 시장은 이전에 없던 맛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다. NIQ 애널리스트 Tymur Bezuhlyi는 이미 유통 채널을 충분히 확보한 소스 브랜드에게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열어 주는 방법이라고 분석하였으며, 특히 마요네즈에서 새로운 맛으로 혁신을 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보았다.

대표적인 예로 Heinz는 작년 9월, 양파 피클 맛 마요네즈를 한정 상품으로 출시했다. 앞서 2021년에는 초콜릿 오렌지 마요네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영국의 홍보·마케팅 대행사 Golley Slater 대표 Emma Thompson은 이런 파격적인 상품이 스테디셀러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브랜드 홍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 새로운 맛을 시도한 소스류 신제품을 여럿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스코틀랜드 맥주 기업 BrewDog은 Punk IPA BBQ Sauce, Lost Lager Patriot Mustard, Elvis Juice Hot Sauce 등 자사 맥주 제품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을 출시했다. 설탕이나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소스 스타트업 Dr. Will’s는 타라곤, 민트, 파슬리, 마늘, 레몬을 조합한 Green Goddess 드레싱을 개발했다. Thompson은 이처럼 맛이 중점이 되는 신제품 개발 기조를 두고 “소비자들의 새로운 시도를 촉진하고, 소스의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고, 브랜드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3연타”라며 상업적으로 유효한 전략이라고 보았다. 한편, 혁신적인 제품이더라도 실제 소비자의 입맛을 기반으로 개발되어야 하며, 오로지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은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 스와이시 열풍과 한국의 맛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스와이시(swicy) 트렌드는 영국의 소스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스와이시는 매운맛(spicy)에 과일·꿀 등의 달콤한 맛(sweet)이 가미된 맛을 일컫는다. Sauce Shop은 기존 제품 Honey Sriracha의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며, 신제품 Pineapple Habanero를 출시했다. Sauce Shop의 공동 창업자 Pam Digva는 “강렬한 맛이 여러 겹 쌓인 제품이 젊은 소비자층의 수요를 정확히 충족한다”라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식문화는 영국 소스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새로운 맛을 내놓기 위해서는 영국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 컨설팅 기업 Catalyx의 CEO Guy White는 페리페리(peri peri)와 스리라차(sriracha)는 이미 대중적인 제품이 되었고,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세계 각국의 소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라는 평을 남겼다. White가 언급한 소스에는 고추장, 치미추리(chimichurri), 미소 베이스 우마미(umami, 감칠맛) 소스 등이 있다.

영국 식품 유통 전문지 The Grocer는 고추장이 기대주로 꼽힌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면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짚었다. 세계 식품을 취급하는 영국 기업 Surya Foods는 작년 2월, 한식 제품군 Sun Hee를 확장하면서 강남 김치 소스와 남산 바비큐 소스를 출시했다. Surya Foods의 CEO Harry Dulai는 “K팝과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인기로 한국 문화는 영국에서 급격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라면서, “런던의 한식당은 오랜 역사를 이어 오고 있지만, 최근 인기가 확연히 늘었다. 영국 소비자들이 한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매우 놀랍다.”라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세계 식품을 취급하는 Empire Bespoke Foods의 브랜드 매니저 Madina Kaimova는 “한식은 신제품 개발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분야”라고 밝혔다.
이러한 한식 소스에 대한 관심은 영국 소비자들의 미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여론 조사 업체인 Vypr에서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영국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스 맛은 매운맛으로 나타났다. 허브 및 향신료 기업 McCormick의 영국·아일랜드 소비자 부서 James Spalding은 매운 소스 시장이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정체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 시사점
영국 소스류 시장은 전통적인 케첩, 브라운소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찾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 업체들은 단순히 매운맛을 강조하기보다, 스와이시(swicy) 등 현지 트렌드를 반영한 혁신적 제품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추장·김치 등 대표 한식 소스를 기반으로 마요네즈, 드레싱, 바비큐 소스 등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한 형태로 응용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국 내 한류 확산은 한국 소스류의 시장 진입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K-팝과 드라마를 통한 한국 문화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진 만큼, 제품 차별화를 위해 한국적 스토리와 건강·발효 이미지를 결합한 마케팅 전략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