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iman 라벨링 제도
프랑스는 2020년 2월 순환 경제를 위한 낭비 방지법(AGEC; la loi anti-gaspillage pour une économie circulaire)을 제정했다. 해당 법은 (1)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 (2) 소비자 정보 제공 강화, (3) 낭비 방지 및 재사용 장려, (4) 계획적 구식화 방지, (5) 생산 체계 개선 등을 목표로 삼아 폐기물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부터 소매상은 고객이 가져온 용기나 공병에 포장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게 되었고, 음료 포장이 가능한 음식점은 고객이 재사용 가능한 텀블러를 가져왔을 때 할인해 주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2022년부터는 슈퍼마켓을 포함한 모든 업장에서 의류, 위생용품, 전자 기기, 신발, 책 등 비식품 재고를 폐기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2023년부터는 구매자 요청이 있을 때만 종이 영수증을 제공해야 하며, 패스트푸드점 및 박물관·놀이공원·기차역·공항 내 식당에서는 매장 내 취식 시 재사용이 가능한 식기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Triman 라벨은 이 중 (2) 소비자 정보 제공 강화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2022년 1월 1일 발효되었다. aT 파리지사는 Triman 라벨 삽입 유예 기간이 종료된 2023년 3월 이를 다룬 바 있다. (참고 : ’23.3 해외시장동향)
Triman 라벨은 분리배출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Triman 로고와 함께, 분리배출이 가능한 내용물과 분리배출 방법을 지시하는 픽토그램·텍스트 Info-tri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REP)가 적용되는 제품 중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소비재의 포장에는 Triman 라벨이 삽입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수입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 집행위 제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이하 집행위)는 지난 7월 17일, Triman 라벨링 제도를 유럽연합 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EU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집행위는 앞서 2023년 2월과 2024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 정부에 공식적으로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집행위는 프랑스가 다른 EU 회원국에서 적법하게 제조, 유통되고 있는 상품에 Triman 라벨 삽입을 요구하는 것이 EU 단일 시장의 핵심인 재화의 자유 이동(free movement of goods)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연합 기능조약(TFEU) 34-36조를 위배한다고 보았다. 34-36조는 EU 회원국 간 수입품과 수출품에 양적 제한(quantitative restriction)을 부여하거나 이에 준하는 효과를 가지는 모든 조치를 금한다. 집행위에 따르면 EU 시장 내 무역을 직간접적, 실제적, 잠재적으로 방해할 수 있는 모든 국내법이 해당 조항의 대상이다. 현재 EU 전역에 적용되는 분리배출 라벨 제도가 없는 가운데, EU 기업들은 프랑스 시장만을 위해 포장재를 수정해야 하므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이다.
집행위는 회원국 간 무역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분리배출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는 대안이 여럿 있음에도, Triman 라벨링을 강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보았다. 또한 프랑스는 단일 시장 투명성 지침(Directive (EU) 2015/1535)에 의거해 제도 시행 전 법령안을 집행위에 고지할 의무가 있으나, Triman 라벨링 제도에 대해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산업계에서도 Triman 라벨링 제도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EUROPEN(유럽 패키징 협회)의 Francesca Stevens(Secretary General)는 유럽 기업들이 오로지 프랑스 시장을 위해 포장 디자인을 수정했다면서, 이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FESI(유럽 운동 기구 협회)는 Triman 라벨링 제도가 EU 시장을 파편화시키고 있으며, 기업의 불필요한 지출과 소비자 혼란을 유도하여, 이 사안은 EU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EU 이사회와 유럽 의회는 작년 12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인 Regulation (EU) 2025/40(이하 PPWR)을 확정하였다. Regulation(규정)은 EU법의 2차 법원(法源) 중 가장 강력한 규범이다. 규정은 EU 회원국 전체에 구속력을 가지며, 국내법에 편입되는 절차 없이 정부, 법인, 개인 모두에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EU 규정이 우선하는 효력을 가지며, 회원국은 국내법을 시정해야 한다. PPWR 중 포장 라벨링 관련 규정인 제12조는 2028년 8월 12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프랑스 환경부 대변인은 “2028년 시행될 EU 규정에 맞추어 국내법을 수정할 것이나, 그 전까지는 Triman 라벨링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8년 8월 12일부터 발효되는 PPWR 제12조 제1항은 장애인을 포함해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픽토그램 형식으로, 포장재 종류를 명시한 라벨을 삽입해 소비자의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리적 라벨에 더해 QR 코드 등 표준화된 디지털 라벨로 포장 각 부분에 대한 정보와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것도 허용된다. 또한 우려 물질(substances of concern)이 포함된 제품의 경우에는 표준화된 디지털 라벨 삽입이 필수이며, 보증금·반환 제도가 적용되는 제품의 경우, 별도의 라벨을 통해 해당 제도의 적용을 명료하게 표시해야 한다.
2029년 2월 12일부터 발효되는 PPWR 제12조 제2항은 재사용 가능한(reusable) 포장재는 재사용이 가능함을 알리는 라벨을 포함해야 하며, 일회용 포장재와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QR 코드 등 표준화된 디지털 라벨을 통해 지역·국가·EU 단위의 재사용 시스템 활용 가능 여부와 수거 지점 정보를 안내해야 한다.
■ 시사점
EU사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대략 18-2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EU사법재판소가 집행위의 손을 들어 줄 경우, 프랑스는 국내법을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판결이 확정되고 프랑스 법이 최종 수정되기 전까지는 현행 Triman 라벨링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집행위는 2026년 8월 12일까지 PPWR에 규정된 라벨의 상세 내용을 담은 시행 법률(implementing acts)을 채택할 예정이다. 프랑스 대상 수출업체는 EU사법재판소 판결 및 집행위 발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 출처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ip_25_1834
https://eur-lex.europa.eu/eli/reg/2025/40
https://overseas.mofa.go.kr/be-ko/brd/m_23743/view.do?seq=1&page=1
https://www.ecologie.gouv.fr/actualites/5-ans-loi-anti-gaspillage-economie-circulaire
https://www.ecosistant.eu/en/triman-logo/
https://www.politico.eu/article/commission-takes-france-to-court-over-waste-lab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