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의 내용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27일 무역 협정을 타결했다. 앞으로 EU산 수입품에는 15% 관세가 부과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하여 별도로 관세가 설정되었던 품목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에도 마찬가지로 15% 관세가 부과된다. 다만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물자인 철강, 알루미늄, 구리는 기존의 50% 품목 관세가 유지된다.
8월 1일 중 공동 성명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EU 집행위원장 성명문(27일) 및 EU 집행위 보도 자료(29일)와 백악관 팩트 시트(28일)는 세부 조건에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EU(29일)는 이번 합의에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명시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폰데어라이엔은 합의 타결 당일인 27일, 항공기 및 부품, 일부 화학 제품, 일부 복제약(generics), 반도체 장비, 일부 농산품, 천연자원, 핵심 원자재(CRM) 등 전략적 품목(strategic products)의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으며 해당하는 품목이 추가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다음 날 발표한 팩트 시트에서 상호 무관세 품목을 언급하지 않았다. EU가 공산품(industrial goods) 등 다양한 분야의 미국산 수입품 관세를 철폐하고 특정 품목에는 수입 쿼터를 설정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만 확인 가능하다.
백악관에 따르면 EU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전까지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이는 현재 EU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연간 1,000억 달러 규모 투자와 별개이다. 한편, EU는 29일 보도 자료에서 미국에 이미 2.4조 유로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EU 기업들이 2029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최소 6,000억 달러 규모 투자에 관심을 표명했다고만 밝혔다.
비관세 장벽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EU는 미국 중소·중견 기업의 EU 시장 진입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농식품 비관세 장벽 완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였고 특별히 미국산 돼지고기 및 유제품의 위생 요건이 간소화될 예정이다. EU는 이 사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29일 보도 자료에서 이번 합의가 EU의 규제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소고기·가금류와 같은 EU의 민감한 농업 분야를 보호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이번 협정의 혜택이 제3국에 돌아가지 않도록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EU 보도 자료에 따르면 EU 농수산 식품 시장이 일부 개방된다. EU는 알래스카 명태, 태평양 연어, 새우를 포함한 미국산 수산물에 저율관세할당(TRQ)을 도입한다. 대두유, 종자, 곡물·견과류, 가공식품 등 민감하지 않은 농식품 분야에도 75억 유로 규모 TRQ가 도입된다.
■ EU 주요국 반응
이번 합의는 EU에 불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랑스 총리 François Bayrou는 “가치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뭉친 이들이 굴복한 암울한 날”이라고 평했다. 통상부 장관 Laurent Saint-Martin은 “트럼프에게는 힘의 논리만 통한다”라면서 “EU가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 지적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대표 Jordan Bardella는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이 유럽의 상업적 항복을 받아들였으며 이는 우리 수출업자, 농업계, 산업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소속이자 대선 후보로 세 차례 출마한 경력이 있는 Marine Le Pen은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으로 처참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국회 유럽문제위원회장 Pieyre-Alexandre Anglade는 “유럽의 이익을 지키지 못한 집행위의 실패”라면서 “경쟁자들에게 약점을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수출량이 많은 독일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이 나온다. 총리 Friedrich Merz는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던 무역 갈등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하면서도, “유럽 경제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며, 독일과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총리 Pedro Sanchez는 “이번 합의를 지지하지만, 어떠한 열의도 없이 지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헝가리 총리 Viktor Orban은 이를 합의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트럼프가 아침 식사로 폰데어라이엔(EU 집행위원장)을 먹었다”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현안에서 비슷한 의견을 보이는 이탈리아 총리 Giorgia Meloni는 합의 도달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유럽과 미국 간 무역 갈등으로 이어졌다면 예측 불가능하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한편, “세부 사항을 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U 회원국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EU 무역 대표 집행위원 Maros Sefcovic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를 냈다”라면서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나은 선택임을 100% 확신한다”라고 강조했다.
■ 출처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qanda_25_1930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detail/en/statement_25_1915
https://www.bbc.com/news/articles/c3ez97zv5y5o
https://www.kita.net/researchTrade/report/issueBrief/issueBriefDetail.do?no=2847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5/jul/28/us-eu-trade-deal-germany-france-tump-tar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