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제품의 품질과 다양성 역시 한층 개선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처음 등장한 무알콜 주류들은 ‘그럴듯한 맛’을 내기 위해 많은 보완이 필요했다. 제대로 된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탕과 칼로리가 높은 다양한 재료를 덧붙여야 했고,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무알콜 주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단독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음료 박람회 중 하나인 '바 컨벤트 브루클린(Bar Convent Brooklyn)'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주류 중심의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초점을 맞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2025년 6월 열린 행사에서 가장 붐비는 부스와 세미나는 ‘로우 프루프(50도 이하)’ 또는 ‘제로 프루프(무알콜)’ 음료 관련 세션이었다. 유명 연사들도 사람들을 끌어모았지만, 그보다 더 큰 원동력은 바로 수요였다.
이제 많은 바(bar)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무알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대에 직면해 있다.
최근 몇 년간 무알콜 전용 매장들이 실패를 겪으며 드러난 교훈은, 무알콜 주류는 일반 주류와 함께 제공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가격대가 비슷한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높기 때문이다. 초기 무알콜 제품들은 차, 식물성 재료, 향이 첨가된 증류수 등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증류주보다는 허브 탄산음료 혹은 단맛 나는 물에 가까운 맛을 냈다. 최근에는 ‘디알코홀라이즈드(distilled alcohol removed)’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역삼투압(reverse osmosis)이나 진공 증류(vacuum distillation) 같은 기술을 통해 알코올을 제거하면서도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프리미엄 무알콜 증류주 브랜드 ‘Undone’의 공동창립자이자 CEO인 메흐메트 윤루(Mehmet Ünlü)는 “고품질 원재료, 생산, 포장, 그리고 복합적인 풍미 개발에는 확실한 비용이 든다. 주세가 빠진다고 해서 무조건 저렴한 제품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는 정교한 탈알콜화 과정과 풍미 레이어링을 통해 원래 주류가 가진 맛을 그대로 살린다. 억지로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그 맛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무알콜 주류는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다양해졌다. 특히 무알콜 아페리티프(식전주)나 아마로(쓴맛 나는 이탈리아 전통 소화주) 스타일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athfinder Hemp and Root, Figlia, Kin Euphorics 같은 제품들은 설탕이 많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깊어, 전통적인 칵테일 애호가들도 기꺼이 선택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무알콜 아페리티프 브랜드 ‘Everleaf’의 창립자 폴 매튜(Paul Mathew)는 “식사 전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유를 즐기는 아페리티프의 전통을 늘 사랑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제품에 쌉쌀한 여운이 남도록 조향의 흐름을 세심하게 조절했다. 바텐더로서 복합적이고 향이 겹겹이 쌓인 듯한, 개성이 뚜렷한 제품을 만드는 건 늘 흥미로운 일”이라며 “이들은 입맛을 돋우고,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verleaf는 ‘Forest’, ‘Mountain’, ‘Marine’이라는 세 가지 주요 라인업을 통해 스프리츠나 쌉싸름한 칵테일처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칵테일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 하나인 ‘비터스(쓴맛을 더하는 첨가물)’도 이제 변화 중이다. 전통적인 비터스는 고농도의 알콜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식물성 성분을 효과적으로 추출하지만, 알콜을 완전히 끊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제한이 있었다. 이제는 Seasn, El Guapo 와 같은 무알콜 비터스 브랜드들이 다양한 풍미의 제품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 : www.everleafdrinks.com (왼) / https://elguapobitters.com (오)
RTD(Ready to Drink, 즉석 음료) 무알콜 제품군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Lyre’s, St. Agrestis, Free Spirits, Mockly, Bar Diver, Edna’s, Ghia 같은 브랜드들은 단순한 탄산음료가 아니라 진짜 칵테일 같은 깊은 맛과 질감을 가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은 당 함량도 낮고, 1회 제공량당 80칼로리 이하로 설계되어 있다.
무슨 제품이든, 지금 이 시장의 혁신은 실제로 ‘판을 바꾸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복합성, 밸런스, 텍스처에 집중하면서 기존 주류에 더 가까운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때로는 전혀 새로운 감각적 경험까지 선사하고 있다.
이제 무알콜 주류는 단순한 대체제가 아니라, 하나의 ‘본팀 멤버’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무알콜이면 싸야 한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주류 업계 관계자들은. “사람들은 음료에 알콜이 없으면 당연히 더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콜 자체가 제조비용에서 가장 저렴한 요소일 때가 많다. 무알콜 제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건 오히려 고품질 재료, 복잡한 풍미 개발, 그리고 깊이와 텍스처를 재현하는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https://www.fooddive.com/news/non-alcoholic-spirits-market-grows-quality/752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