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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예산 삭감으로 인한 식품 안전 위협
2025-07-07

우유 검사 실험실 점검 중단, 생닭 속 살모넬라균 저감 대책 철회, 상추에서 발생한 대장균 감염에 대한 정보 부족 - 최근 미국 내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 주요 뉴스들이다. 이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농무부(US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인력 감축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연방 기관은 주정부, 농장, 식품 제조업체, 유통업체, 식당 등과 협력하여 미국 식품 공급망의 안전을 지키는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및 인력 삭감은 이러한 보호 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 FDA 국장 로버트 칼리프(Robert Califf)는 경고하였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4,600만 명이 식중독에 걸리며, 12만8,000명이 입원하고, 3,000명이 사망한다. 이러한 식품 매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FDA의 핵심 임무 중 하나다. 칼리프 전 국장은 이 시스템은 적절한 자금 없이는 예측 가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현재보다도 미래의 붕괴 가능성이 더욱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식품 안전 시스템을 도로의 ‘포트홀(pothole)’에 비유했다. 처음에는 다소 울퉁불퉁할 수 있지만 차량은 통행할 수 있다. 그러나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도, 이는 오염된 원재료로 인한 감염 증가, 또는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식품 내 화학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칼리프 전 국장은 문제가 터질 수 있는 지점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무너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미국 식품 공급의 약 80%는 FDA의 규제를 받고 있으며, 가축과 메기류 등 일부 영역은 USDA가 담당한다. 이 두 기관은 농업 우수 관행 개발, 관개수 검사, 농장 및 제품 샘플 검사, 주정부 검사관 교육, CDC와의 감염병 추적 협력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이 특히 주의 깊게 감시하는 것은 살모넬라, 장출혈성 대장균(E. coli), 리스테리아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다. 리스테리아의 경우 냉장 온도에서도 증식이 가능해 더욱 위협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오염을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유의 저온 살균이나 델리미트 가열과 같이 사전에 위험을 제거하는 공정 설계도 중요하다.

일부 평가 지표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식품 품질 및 안전성 부문에서 캐나다, 덴마크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칼리프 전 국장은 식품 부문이 구조적으로 저예산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2024년 기준 FDA의 총 예산 약 70억 달러 중 식품 규제에 사용된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이는 의약품 규제에 들어간 예산의 절반 수준이며, 나머지 예산은 담배, 의료기기, 동물사료 등 다양한 분야에 배분된다. 식품 부문의 예산은 지난 10여 년간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사실상 정체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의 인력 감축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지난 3월, 미국 보건복지부는 FDA가 약 3,500명의 직원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식품 과학자 등 일부 직책은 여전히 향후 거취가 불확실하다. 또한, 프탈레이트나 이산화티타늄 같은 식품 내 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려는 계획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 FDA 국장 마틴 마커리(Martin Makary)는 과학자나 검사관이 해고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지만, 칼리프 전 국장은 실제로 과학자들이 해고됐으며, 특히 위험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분야의 인력들이 빠져나갔다고 반박했다. 미세플라스틱이나 PFAS와 같은 ‘영구화학물질’의 인체 영향은 수십 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화학자, 생물학자, 역학자, 통계학자 등의 협업이 필수다.

2024년 말 수십 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상추 관련 대장균 (E. coli) 감염 사태에 대해 FDA는 2025년 2월까지도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전직 FDA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고 있다. 상추, 딸기 등 생으로 섭취되는 식품은 식중독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품목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2019년 식중독 발병 사례 중 약 절반은 이러한 ‘킬 스텝’이 없는 식품과 관련이 있었다. 가열이나 살균 공정 없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때문에 오염 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언론에서 다룬 다른 식품 안전 이슈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다소 안심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코넬 대학의 니콜 마틴(Nicole Martin) 박사는 FDA가 우유 검사를 중단했다는 보도는 오해가 있다며, 유제품은 여전히 안전하게 소비 가능하며, 자녀들에게도 계속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FDA가 실제로 중단한 것은 검사실의 숙련도를 평가하기 위한 표준 샘플 제공과 검토이며, 해당 검사실들은 이제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USDA는 조류독감 검사도 계속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저온살균으로 사멸되는 바이러스다. 살모넬라균이 존재할 수 있는 생닭 역시 가정에서 철저히 조리(완전 가열)하면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코넬 대학의 식품 안전 과학자 마틴 위드만(Martin Wiedmann) 교수는 장기적으로 더 우려스러운 것은 반 과학 정서의 확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는 반드시 과학에 기반해야 하며, 과학적 증거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러한 기반이 무너진다면, FDA가 실제로 질병과 무관한 사안에 예산과 인력을 낭비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 안전을 지키는 가장 큰 무기는, 과학을 무시하지 않는 사회적 기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참조: 

 FDA cuts imperil food safety, but not how you might think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milk-fda-food-safety-usda-layof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