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리포트]
한국 식품업계가 단종된 제품을 부활시켜 ‘추억의 맛’을 소환하는 것처럼 미국의 식음료 업계에도 단종 제품의 재출시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음료업체인 수자 라이프(Suja Life)는 예전에 단종됐던 슬라이스(Slice) 소다를 재출시했고, 멕시코의 음료업체인 후멕스(Jumex)는 코카콜라의 주스 브랜드인 오드왈라(Odwalla)를 인수하여 미국 시장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매출이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보다 과거에 단종되었던 브랜드를 찾아 재출시를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단종 제품의 재출시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출시하여 향수에 젖은 쇼핑객을 잡아 끌거나, 추억의 브랜드를 기반으로 현대적 맛과 특징으로 새로운 소비자를 유치하는 두 가지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
펩시코에서 20여 년 전 단종된 슬라이스 소다는 브랜드 타임머신을 되돌린 최신 제품 중 하나다. 유기농 주스로 유명한 수자 라이프사에서 펩시코로부터 브랜드를 인수하여 25년 1월에 재출시하면서 탄산음료 시장에서 더 건강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는 대신 슬라이스와 같은 ”강력한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속도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했다고 수자 라이프의 브랜드 마케팅 이사인 제이미 버를은 밝혔다.
수자는 새롭게 출시된 탄산음료에서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조합하여 첨가하고 설탕은 5g 이하로 유지하면서 인공 향료와 고과당 옥수수 시럽을 제거하고 비유전자 변형(Non-GMO) 재료만 사용했다. 이는 건강에 신경을 쓰며 제품을 소비하는 오늘날 소비자들을 공략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오드왈라는 1980년 과일주스 브랜드로 시작하여 생수, 스무디, 에너지바 등으로 확장된 브랜드로, 2001년 코카콜라 컴퍼니에 인수되었다가 2020년 단종되었다. 단종되었음에도 소비자들이 오드왈라가 아직 매장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는 지속되었고 64년 역사의 멕시코 음료 제조업체인 후멕스는 오드왈라의 라이선스를 인수하여 제품 출시 준비 중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후멕스는 오드왈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뿌리’를 살리는 동시에 현대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브랜드를 현대화하고 있다. 주멕스는 오드왈라 제품의 재료를 실제 과일과 천연 성분으로 구성하는 등 성분 목록을 수정하고 있다. 현재 주멕스는 오드왈라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지 않고 대신 딸기-바나나 스무디와 파인애플, 사과, 선인장을 섞은 그린 주스와 같은 핵심 제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에 걸쳐 주류를 이루었던 졸트(Jolt) 콜라는 플로리다의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콘1(Redcon1)이 라이선스를 취득 후 2025년 다시 출시 되었는데, 다른 브랜드의 콜라 제품보다 카페인의 함량이 두 배나 높았던 특성을 되살려 에너지 드링크로 포지셔닝 되고 있다. 레드콘1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라이언 모나한은 기존 세대에겐 향수를 일으키기 때문에 재출시 제품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Z세대에겐 오래된 것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그들은 과거의 경험이나 브랜드, 제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프 브랜드(Leaf Brands)의 CEO 엘리아 카소프는 아스트로 팝스(Astro Pops), 와키 웨이퍼스(Wacky Wafers), 타르트 앤 타이니스(Tart n’ Tinys) 등 여러 사탕류와 쿠키 브랜드 하이드록스(Hydrox)를 시장에 다시 선보였다. 하이드록스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과 인공 향료 및 색소의 인기가 급증하기 전인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오리지널 제형을 그대로 사용하여, 진짜 사탕수수 설탕과 바닐라를 함유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카소프는 단종된 브랜드를 다시 출시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향수에 젖은 열성적인 고객층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원래 제품을 재창조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제품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는 등 신중하게 균형을 맞춘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던 브랜드를 활용함으로써 많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름을 확보하고 실패 가능성이 가장 큰 비용이 많이 드는 개발 과정 시작에 용이함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단종된 제품을 다시 출시하는 데에는 나름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들은 기존 소비자들이 특정 방식으로 제품을 기억하는 것을 달래는 동시에, 새롭고 젊은 고객층을 유치하기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 부족, 경쟁업체 등장, 한때 유행했던 유행의 사라짐 등 어떠한 이유로 제품이 단종된 경우 필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품을 현대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변경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브랜드가 복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메릴랜드 대학교 마케팅 부교수인 댄 맥카시는 ”제품 실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는 자신이 성장하면서 좋아했던 브랜드 중 일부가 시장에 다시 등장하는 것을 간절히 바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오늘날 인기 있는 제품이 단종되더라도 미래에 리부트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성공하는 브랜드가 매년 감소하는 시장동향 속에 ‘부활’은 충분히 가능함을 뜻한다.
▶ 시사점
식음료 업계에서 단종된 브랜드를 재출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기존 세대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Z세대에게는 예전 것이 ‘힙하다’라는 인식과 맞물려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이미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브랜드 재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지만, 제품을 현대화하고 향상시키는 전략적 방법이 필요하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노리고 있는 미국 식음료업체의 제품 확장 및 다각화 전략은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면서도 현대의 소비자가 원하는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여 제품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한국의 수출업체 역시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하여야 현지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출처
https://www.fooddive.com/news/back-from-the-dead-once-discontinued-brands-get-another-chance/742615/
이미지 출처 : 각 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