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리포트]
네슬레(Nestlé),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J.M.스머커(J.M.Smucker)와 같은 미국의 주요 식음료 기업들이 자사 대표 브랜드들의 강력한 시장인지도를 바탕으로 기존 식품 카테고리를 넘어 새로운 제품군에 진출하며 브랜드 가시성과 매출 확대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J.M.스머커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인스턴트 커피 ‘카페 부스텔로(Café Bustelo)’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차가운 커피 선호도가 높아지는 트렌드에 발맞춰 2024년 아이스커피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최근 미국시장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콜드브루 커피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콜드브루 커피시장은 약 30억 달러(약 4조1637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카페 부스텔로의 2025년 순매출은 약 3억 달러(약 4163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상온 진열대에 머물던 카페 부스텔로의 제품은 냉장 진열대로 영역을 넓히며 브랜드가 소매유통 환경 내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네슬레 역시 네스프레소(Nespresso)를 즉석음료 시장에 진입시키며 이동 중에도 즐길 수 있는 음료 수요를 적극 공략했다. 네슬레의 부사장 마이크 반 하우튼(Mike Van Houten)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새로운 식음료를 경험하고 싶어한다’며, 기존에 즐겨 찾던 브랜드가 예상하지 못한 매대에서 발견되면 소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멈추게 되고, 이는 매우 강력한 반응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슬레의 자체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익숙하고 신뢰하는 브랜드가 새로운 카테고리에 진출한 모습을 보았을 때 ‘눈길이 간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260억 달러의 순매출을 올린 크래프트 하인즈도 자사 브랜드의 확장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A1 스테이크 소스를 버터로 확장했고, 2023년에는 필라델피아 크림치즈(Philadelphia Cream Cheese)를 활용해 크림치즈 맛 프로스팅(frosting) 제품을 출시했다. 프로스팅은 케이크 등 베이킹 제품 위에 바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으로, 미국 내 인기 토핑 맛 중 상위 3위 안에 드는 맛이라는 점과 인공 색소나 향료없이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시장에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제품이 만들어졌다. 필라델피아가 크림치즈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신제품 출시의 설득력을 더했다. 크래프트 하인즈 측은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남게 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며 기존 틀에서 벗어난 포맷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제품의 약 90%가 출시 1년 이내에 시장에서 실패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미 소비자들에게 널리 각인된 브랜드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군으로 진입하는 전략은 실패 리스크를 줄이고 재정적으로도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유리한 전략이다. 그러나 브랜드 확장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소비자조사 전문기업 큐리온(Curion)의 책임연구원인 티파니 그루브(Tiffany Grube)는 브랜드 확장 전 먼저 해당 브랜드의 핵심제품이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브랜드를 무리하게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하면 동일한 문제에 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신제품이 오히려 브랜드 전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확장은 막대한 수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소비자와의 연결고리가 끊길 경우 기존 충성고객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 구매 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 새로운 카테고리 확장이 소비자들의 기대와 일치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어떤 소비자층을 새로운 브랜드 영역으로 유입시키고자 하는지, 기존의 브랜드 자산이 새로운 제품군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를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시사점
브랜드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 확장은 매우 효율적인 전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사가 보유한 기존 브랜드의 현재 상태와 핵심가치에 대한 신중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시장과 소비자 관점에서 일관된 확장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 역시 자사 브랜드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식품 카테고리 확장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이를 통해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 출처
이미지 출처 : 각 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