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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안전을 위해 활용하는 ‘방사선 조사’
2025-05-06


'방사선 조사(irradiation)'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반응을 보인다.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해 묻는다면 "절대 안 된다"고 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USDA)는 이미 1999년에 일부 식품에 대한 방사선 조사를 승인하며, 이를 식품 내 병원성 미생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정하였다.

당시 승인을 받은 주요 병원균에는 대장균(E. coli), 살모넬라(Salmonella), 리스테리아(Listeria),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캠필로박터 제주니(Campylobacter jejuni),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 톡소플라스마 곤디이(Toxoplasma gondii) 등이 포함된다. 또한 벌레와 곰팡이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보건 당국은, 오염된 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표준 식품 안전 관행을 준수하는 한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보호청(EPA),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의학협회(AMA), 미국 공중보건국, 메이요 클리닉,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다양한 기관들도 이 입장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식품 방사선 조사를 "식품을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도구"라고 정의하며, CDC는 이 과정이 식품의 질감이나 외관을 변화시키지 않으며, 식품을 방사능 오염시키지 않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오마하 스테이크(Omaha Steaks), 슈완스(Schwans), 웨그먼스(Wegman’s) 등 수천 개 매장에서 방사선 조사된 다진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이들 제품 포장에는 방사선 조사 식품임을 알리는 국제 기호 '라두라(radura)'가 반드시 부착되어야 하며, "방사선 처리됨(treated with radiation)" 또는 "방사선 조사 처리됨(treated by irradiation)"이라는 문구도 포함되어야 한다.

2002년 5월, 뉴욕 로체스터에 본사를 둔 웨그먼스(Wegman’s Food Markets)는 미국 최초로 자체 브랜드(Wegmans Irradiated Fresh Ground Beef)로 방사선 조사 신선 분쇄 소고기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웨그먼스는 방사선 조사를 받은 제품과 일반 햄버거 제품의 차이는 식품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점 뿐이라고 강조해왔다.

또한 일부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 고위험 시설에서도 방사선 조사된 고기와 가금류를 사용하고 있다.

방사선 조사가 적용될 수 있는 식품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껍데기 달걀, 새우/랍스터/게/굴/조개/홍합/가리비 등의 어패류, 신선 과일 및 채소(특히 잎채소류), 발아용 종자, 향신료와 조미료 등이 있다.

중요한 점은, 방사선 조사된 식품은 방사성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방사 에너지가 식품을 통과하지만, 식품은 방사선원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처리 이후 식품에 방사성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 방사선 조사는 식품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방사선 조사실로 이동시키고, 거기서 특정 강도의 방사선을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방사선이 식품을 통과하면서 병원성 미생물의 DNA 결합을 파괴하고 생존 및 번식을 막는다. 조사 과정을 거친 식품은 대부분의 병원균이 제거된 상태로 시장이나 가공업체로 전달된다.

연구자들은 방사선 조사가 신선 채소류처럼 날로 섭취되는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며, 다진 소고기처럼 조리 전에도 취급하기 위험할 수 있는 식품을 보다 안전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방사선 조사는 즉 식품 안전성을 강화하는 '추가적인 보호막' 역할을 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방사선 조사 식품은 일반적인 조리(삶기, 통조림 가공 등) 과정을 거친 식품과 영양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일부 과일 및 채소에서는 비타민 C와 페놀 화합물 함량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국제 식품 방사선 조사 자문그룹(ICGFI)은 비타민이 열에 민감한 것처럼 방사선에도 민감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비타민 A, F, C, K, B1(티아민)은 조사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반면,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비타민 D 등은 안정적이라고 한다.

방사선 조사의 안전성은 입증되었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방사선 조사 식품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연구자들은 공공 인식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일부 소비자는 방사선 조사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방사선 조사의 개념과 장점을 이해하게 된 소비자는 구매를 꺼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 참가자는 식중독 걱정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방사선 조사는 오히려 안심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상업용 햄버거는 여러 마리 소에서 나온 고기가 섞인다고 하는데, 그런 제품에는 방사선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잎채소에 대해서도 잎채소 때문에 식중독 사고가 많았는데, 방사선 조사된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용 측면에서 방사선 조사 식품은 기존 식품에 비해 소폭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으며, 과일과 채소의 경우 파운드당 약 2~3센트, 육류 및 가금류 제품의 경우 파운드 당 최대 25센트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2025년 이탈리아 식품안전학회지(Italian Journal of Food Safety)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은 1992년 33%에서 2024년 67%로 크게 증가했다. 동시에 구매 거부율은 19%에서 16%로 감소했다. 다만,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에는 수용성에 있어 뚜렷한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네소타 비프 카운슬(Minnesota Beef Council)의 론 유스티스(Ron Eustice)는 앞으로 방사선 조사 쇠고기는 살균 우유처럼 흔히 접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는 방사선 조사는 살균(pasteurization), 예방접종(immunization), 수돗물 염소처리(chlorination)에 이은 공중보건의 '네 번째 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참조:

 For food safety’s sake, zap it with irradiation

https://www.foodsafetynews.com/2025/04/for-food-safetys-sake-zap-it-with-irradiation/